
2월 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쇼츠를 열면 비슷한 영상이 쏟아진다. 봄동을 씻어서 밥에 올리고, 참기름과 간장을 두르고 비비는 영상들. 댓글에는 어김없이 "나도 해봄", "마트 갔더니 없더라"가 달린다.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됐나 싶었는데, 출발점은 꽤 단순했다.

강호동이 불을 질렀다
강호동이 봄동 비빔밥을 먹는 영상이 SNS에서 퍼졌다. 먹는 표정이 워낙 진심이었는지,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이 따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다시 퍼지면서 지금의 유행이 됐다. 이후 다른 방송에서도 언급될 정도였다.
불씨 하나가 이렇게까지 번진 건, 봄동 비빔밥 자체에 퍼질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비빔밥은 나물을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한다
일반 비빔밥을 만들려면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콩나물 등을 각각 손질하고 볶아야 한다. 봄동 비빔밥은 다르다. 봄동만 있으면 된다. 씻어서 찢고, 밥 위에 올리고, 참기름·간장·고춧가루 넣고 비비면 끝이다.
요리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쉬운데, 결과물은 그렇지 않다. 자취방 부엌이 좁아도, 요리 경험이 없어도, 냉장고에 반찬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 따라 하기 쉬운 것이 공유되고, 공유된 것이 트렌드가 된다.

봄동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채소다
봄동은 겨울을 나며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자라는 배추의 일종이다. 그 과정에서 당분이 올라가 생으로 먹어도 달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일반 배추처럼 익히지 않으면 억세거나 쓰지 않다. 그냥 밥에 올려도 충분하다.
참기름 향이 더해지면, 이 단순한 재료들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싶다. 강호동의 그 표정이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봄동은 지금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봄동은 2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만 나온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지금만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소성이 된다. 그 희소성이 구매를 자극하고, 먹고 나서 콘텐츠를 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유행이 퍼지면서 마트에서 봄동이 품절되고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 마트에서 봄동을 보기 어렵다면, 유행이 그만큼 실제로 퍼졌다는 증거다.

봄동이 보여주는 것
봄동 비빔밥 트렌드는 단순한 음식 유행을 넘어,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건강하고 싶지만 복잡하기는 싫고, 특별하고 싶지만 돈을 많이 쓰기는 싫다. 그 교차점에 봄동 비빔밥이 있다.
앞으로도 이 구조는 반복될 것이다. 봄동이 끝나면 두릅이 오고, 두릅이 지나면 열무가 온다. 단순하고 계절에 맞는 것, 거기에 유명인의 리얼한 반응이 더해지면 다음 트렌드가 만들어진다.
올해 2월은 봄동이었다.